지난 주에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으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나서게 된 부모님 텃밭 밭갈이 1일 체험기로 밭갈이 방법과 순서도 정리해보았습니다. 덧붙여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각종 농작물을 얻어 먹었던 기억에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꽤 오랜 기간동안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계신 부모님의 텃밭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으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텃밭에서 아버지 대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수술 경과가 좋아 곧바로 걷는데 문제는 없지만 압박 스타킹을 신으신 상태로 삽과 쇠스랑을 이용하여 밭갈이를 하기에는 조금 불편하다고 판단하시고 저를 호출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최근 들어 허리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체중이 증가하여 배가 나온 이후로 좋지 않은 자세로 일을 하면 그 다음날은 허리가 매우 아파 크고 작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경이 허리를 통해 다리까지 연결되다 보니 다리도 아픈 상황이어서 허리디스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고 2곳의 정형외과를 다녀왔는데 다행히 허리디스크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와 그럭저럭 아플 때마다 쉬어가며 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몸이 불편한데 아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즉시 부모님 텃밭이 있는 경기도 양주로 향하였습니다.
그렇게 넓지 않은 크기의 텃밭이지만 부모님께서 매우 알차게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시면서 저희 식구 뿐만 아니라 주변 분께도 충분히 나누어 줄 만큼 고추, 배추, 호박, 옥수수 등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퇴비와 합성비료를 이용하여 밭갈이를 한 후 배추를 집중적으로 재배할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저 또한 가슴장화와 삽 한 개를 들고 부모님 텃밭으로 나섰습니다.
사실 저는 태어나서 난생 처음 이번에 밭에서 일을 해보았습니다. 단순한 작업인 밭갈이 또한 절차를 전혀 몰라 우선 부모님께 설명을 듣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대략적인 밭갈이 순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밭갈이 방법
'흙엎기'라고도 불리우는 밭갈이의 방법과 순서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각종 잡초 제거
퇴비를 넓게 뿌려준다.
퇴비 위에 합성 비료를 적절히 뿌려준다.
쇠스랑으로 합성 비료와 퇴비를 흙 위에 골고루 펴준다.
삽을 이용하여 아래 흙과 위의 흙 위치를 바꾸는 '땅 엎기' 작업을 진행한다.
다시 쇠스랑으로 헝크러진 흙을 평탄화한다.
위의 밭갈이 방법으로 텃밭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퇴비와 합성 비료를 뿌려주는 단계에서 나름 재미를 느꼈고 삽을 이용한 땅 엎기 작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크게 힘든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3곳 이상의 땅 엎기를 진행하니 점점 아파오는 허리 통증 때문에 적지 않게 힘들었습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흙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모기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가슴장화를 신고 밭갈이를 시작했는데 허리 통증 때문에 가슴장화 속으로 땀이 많이 흐르는 것도 못 느낄 정도였습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대충 하면 '땅 엎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합성 비료와 퇴비가 흙의 아래 방향으로 들어가야 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이 악물고 밭갈이를 진행했는데 제 몸 동작이 점점 흐트러져 가는 것을 느낀 어머니께서 마지막에 약간 도와주셔서 결국 무사히 마무리되었던 텃밭 밭갈이 작업입니다.
마무리
텃밭에서 땅을 엎는 작업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니 다리 수술을 하신 아버지께서도 어머니 일을 적극 도와주시고 무엇보다도 어머니께서 이런 저런 잡일을 많이 하셔서 매우 힘들고 고생하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꾀병도 부리지 못하고 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부모님댁 다녀갈 때마다 이런 저런 농작물을 챙겨주시는 어머님의 숨은 고생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음 단계의 텃밭 재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하여 잠시 쉰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재배된 배추와 김치는 열심히 일했던 부모님과 저를 다시 돌아보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상으로 농사와 전혀 친하지 않은 도시 촌놈의 텃밭 밭갈이 1일 체험기였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