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컴퓨터 수리 및 판매를 진행하며 경험했던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벌써 2023년도 막을 내리고 있는 12월 중순입니다. 이맘때 쯤 되면 한 해 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이 주마등처럼 스치듯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올해 역시 좋았던 일, 나빴던 일, 황당했던 일 등이 다양하게 머릿 속에 펼쳐졌으나 다행히 그렇게 나빴던 일은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사건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그동안 컴퓨터 수리 기사로 일하며 경험했던 진상 고객 이야기가 다시 한번 떠올라 기록해보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 지금 시작해보겠습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의 첫번째는 출장비 떼어먹는 고객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기껏 힘들게 PC 수리가 마무리되어 고객에게 마지막 안내를 해드리며 출장비 및 공임비를 청구하였으나 공임비만 납부하고 출장비는 다음에 받아가라는 고객이 가끔 있습니다.
자신이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아 PC 수리 업체를 소개시켜 주면 출장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등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진상 고객을 종종 만나는 황당한 일을 경험하곤 합니다. 요즘 삼성이나 엘지 등의 대기업 기준 출장비만 해도 3만원이 넘는 비용이 부과되고 있는데 단돈 2만원의 출장비를 내고 싶지 않다는 심보는 도대체 어느 나라 심보인지 모르겠습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컴퓨터 출장 수리를 나가게 되면 그 순간에 매장 방문 고객을 응대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출장비라는 최소한의 비용을 받는 부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상당수가 자신의 사정만 우선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이런 일도 생기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때때로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출장비까지 받아야 하겠습니까?"라는 말도 안되는 궤변을 면전에서 늘어놓는 경우 또한 가끔 경험하곤 합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출장비를 떼어먹는 진상 고객 앞에서는 한숨만 나옵니다.
마음 같아서는 소액 민사 소송이라도 청구하고 싶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악플'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웃는 얼굴로 "이렇게 출장비 안주시면 양질의 서비스가 힘들어집니다. 다음에는 꼭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며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비용을 챙긴 후 급하게 자리를 떠납니다. 물론 그 분께 두 번 다시 컴퓨터 수리를 진행하지는 않게 됩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 두번째 순서는 반말을 하는 고객 이야기입니다.
예전 군생활을 할 때 나름 나이가 차서 군 입대를 한 후임병이 있었습니다. 그 후임병은 자신이 나이가 많은 상태로 군 입대를 했다고 느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신의 선임병들에게 반말을 곧잘 섞어 대화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고참 말년 병장이면서 그 후임병보다 2살이나 더 나이가 많은 저에게까지 반말을 하는 것을 보고 하루는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도대체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그러자 "습관입니다. 이해해주십쇼." 라고 퉁명스럽게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말년 병장이기에 귀찮기도 해서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반말을 하는 진상 고객을 떠올리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반말을 하는 진상 고객 또한 '자신의 습관'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제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리게 보여서일까요? 반말을 지껄이다가 제가 모자를 벗어버리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는 동안이지만 흰머리가 꽤 많기 때문에 모자를 벗게 되면 곧바로 50이 다 된 제 나이를 자의 반 타의 반 들켜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말을 하는 진상 고객에게는 모자를 벗어버립니다. 그러면 반말도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단, 70대 이상의 노인 분들은 반말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 세번째는 자기 주장만 하는 고객입니다.
컴퓨터가 안된다고 PC를 맡겼지만 컴퓨터 수리 기사가 점검하려고 하면 "그렇게는 안됩니다." 또는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끊임없이 클레임을 거는 고객이 있습니다. 고객 또한 자기 주장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PC 수리 기사의 말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는 고객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주장만 늘어놓으려 하면 도대체 왜 PC 수리를 맡겼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저,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다른 PC 수리 업체에게 요청하세요."라고 답변드리곤 합니다. 그러면 어느새 진상 고객의 자기 주장은 조금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PC 수리가 마무리될 즈음하여 고객이 설명했던 조치가 아닌 제가 작업했던 조치를 했던 이유나 수리 과정을 자세히 설명드린 후 자기 주장만 하시면 안된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수긍을 하시지만 몇몇 분은 단순히 기분나쁘다는 이유로 퉁명스럽게 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말 그대로 '진상 고객'입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의 네번째는 식사를 대접하는 고객입니다.
여러가지 유형의 진상 고객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컴퓨터 출장 수리를 다니면서 작업 도중, 또는 작업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점심 식사나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고객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식사 대접 후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는 문을 나서며 혼잣말로 이야기합니다.
"아~진상 고객이구나."
요즘은 세상이 무서워져 작업 도중에 물이나 차 한잔 주시는 것도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음료수도 아닌 식사 대접이라니 부담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업은 바쁘고 다음 작업 일정도 밀려있어 식사를 할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배가 고프면 차라리 작업 마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 먹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합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호의를 거절하기 어려워 고객이 대접하는 식사를 먹었던 때가 몇 차례 있습니다. 선의로 생각하고 맛있게 식사를 했으나 식사를 마친 후부터 이런 저런 부담스러운 요구를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요구를 몇 차례 들어주다가도 너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딱 잘라 거절하게 되는데 그 이후에 저에 대한 말투가 거칠어집니다. 이런 분이 바로 진상 고객입니다.
고객은 친구가 아닙니다. 친해져 봐야 크게 도움 될 일이 없습니다. 컴퓨터 수리 업체를 운영하면서 고객과의 선을 지키면서 응대하는 것 또한 진상 고객을 만들지 않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의 다섯번째는 수리 비용을 덜 내는 고객입니다.
"이것만 가지고 가!" 또는 "제가 가진 돈이 이것 밖에 없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말 그대로 수리 비용을 덜 내는 진상 고객에 관한 내용입니다.
컴퓨터 수리를 요청하는 분과 기본적인 상담이 이루어지고 대략적인 PC 수리 비용에 관한 공지를 드리게 됩니다. 컴퓨터 수리 비용을 공지하지 않고 섣부르게 작업을 진행했다가는 나중에 "왜 이렇게 수리비가 많이 나왔어요?"라는 말을 듣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예상되는 컴퓨터 수리 비용을 공지한 후 작업을 진행해야 나중에 생기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 후 미리 공지한 컴퓨터 수리 비용을 말씀드리면 자꾸만 비용을 깎으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 마디로 수리 비용을 덜 내려고 하는 진상 고객입니다.
더 지불하셔야 한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돌아오는 이야기는 "오늘은 이것만 가지고 가!"입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순간입니다. 이런 분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더 이상 응대하지 않습니다. 저희 컴퓨터수리점의 철칙인 지속적인 원격 점검 관리도 안해드립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의 여섯번째는 비용을 안내는 고객 이야기입니다.
컴퓨터 수리 비용을 덜 내는 고객은 지금부터 소개하는 '비용을 안내는 고객'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컴퓨터 수리가 끝나는 시점에서 당연히 비용이 지불되어야 하겠지만 처음에는 당장 낼 것처럼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마무리되면 "주말에 드리겠다.", 또는 "이달 말에 드리겠다."는 답변을 하며 비용을 안내는 진상 고객이 있습니다.
또는 처음에 잘 내던 비용을 안면을 익히고 나서는 제가 편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점점 늦게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나름 괜찮은 거래처라고 생각하여 편의를 봐주긴 하지만 이것도 너무 자주 지속되면 더 이상 거래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 상 유익합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의 일곱번째는 자꾸만 딴 소리 하는 고객 이야기입니다.
저의 경우, 예전에 작업한 모든 PC 수리 내역은 모두 다 철저히 기록하고 증거 자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바로 딴 소리 하는 진상 고객 때문입니다.
처음 보는 분이 저희 업체에서 조립 컴퓨터를 구매했는데 너무 성능이 떨어져 환불해달라고 한다거나 무상 AS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와 거래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거듭 우기고 또 우깁니다.
이런 경우에는 저희 업체와 거래한 증거 자료를 보여달라는 의견을 강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의외로 간단한 것이 컴퓨터 수리 비용이 오고 간 거래 내역만 확인해도 진상 고객의 딴 소리는 한방에 제압 가능합니다.
여덟번째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는 노쇼 고객에 대한 내용입니다.
외식 업계에만 노쇼 고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출장 컴퓨터 수리를 요청하신 분 중에서도 노쇼 고객이 존재합니다. 급하게 컴퓨터 수리를 받고 싶다고 출장 AS를 부탁하여 저도 기존 작업을 마무리하고 급하게 방문하게 되었으나 막상 찾아가면 전화도 받지 않고 문도 열어주지 않습니다. 기존 작업 일정을 망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진상 고객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와 갑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의 아홉번째는 고객 과실을 업체 측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입니다. 정리하다 보니 진상 고객의 유형도 참 다양합니다.
새 컴퓨터를 조립해 간 고객 또는 고장난 PC를 수리해 간 고객 중에서 며칠 후에 다시 찾아오거나 전화해서는 "불량품을 팔았다." 또는 "컴퓨터 수리가 안되었기 때문에 다시 AS 해달라."고 요청하는 진상 고객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듣게 되는 경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해서 제 입장에서는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나름 완벽한 작업을 목표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다시 점검해보게 되면 멀쩡한 PC를 너무 함부로 다루거나 부적절한 인터넷 사이트 이용 등으로 인한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 등의 고객의 과실로 인하여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문제를 설명해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고 자신은 잘못이 없는 것처럼 자기 주장만 강하게 어필하는 진상 고객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고객이 매우 흥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일단 컴퓨터 고장 등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 차근차근 다시 한번 설명해주곤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진상 고객으로 간주하여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의 열번째는 가장 강력한 진상 고객의 유형인 '위협을 가하는 경우'입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를 상대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는 위에서 제가 언급했던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발생될 수 있으며 저도 10년 넘게 일하며 딱 한 번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경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위험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흉기를 이용하여 협박을 하는데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습니다. 너무나 당황하여 거리를 두고 전화로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이 와서 일을 제대로 수습하지 않아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찰을 경찰이라 부르지 않고 '견찰'이라고 부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를 풀어보았는데 저의 경우에는 다년 간 컴퓨터 수리 기사를 업으로 삼으면서 진상 고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진상 고객을 피하는 방법에 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첫번째는 "잘못된 고객 응대가 진상 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잘못된 고객 응대는 자칫 컴퓨터 수리 기사와 고객과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이렇게 뜻하지 않은 오해는 결국 진상 고객과의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다 세심한 고객 응대가 필요합니다.
두번째로 "적절히 피해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컴퓨터 수리 기사를 하기 전에 10년 넘게 사교육 시장에서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화 상담을 수도 없이 자주 통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객과의 몇 마디 대화 만으로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저처럼 한때 고객과의 상담을 주로 하지 않아도 다년간 컴퓨터 수리와 관련된 수많은 고객과 상담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진상 고객을 피해가는 능력이 생기게 될 때가 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피해가다 보니 정말 진상 중의 진상은 대부분 걸러지게 됩니다.
개인적 넋두리였던 컴퓨터 수리 기사의 진상 고객 이야기였습니다. 컴퓨터 수리 기사와 고객과의 문제는 조금만 인터넷 검색을 해도 매우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대기업이 아닌 사설 PC 수리 업체를 이용하다 보니 운 나쁘게 무개념 컴퓨터 수리 업체를 경험하게 되어 생기는 문제도 있겠으나 이와 반대로 제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진상 고객을 접하게 되어 생긴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인터넷 상에 쓰여져 있더군요.
2024년 새해에는 진상 고객이 아닌 좋은 고객님과의 만남으로 기분 좋게 업무를 진행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작은 소망이지만 내년에는 똑같은 돈을 벌어도 기분 좋은 컴퓨터 수리 작업만 진행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