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입니다. 한동안 잊고 싶은 기억이었으나 이제는 완전히 털어내어 관련 경험담을 풀어보겠습니다.

 

2011년의 늦가을은 저에게 있어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기입니다. 30여 년을 함께 지냈던 부모님 댁에서 분가하여 저와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이 거주할 새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그때 본의아니게 새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하는 좋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은 완전 쌩초보였는데 어떻게든 빨리 운전 스킬을 충분히 습득하여 새 업무에 활용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한마디로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 이전에 정신과 육체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시기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입니다.

 

어느 날, 오전 11시 쯤에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옵니다. 경찰청에서 온 전화라고 하는데 대략 1년 전에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과 유사한 이야기를 하며 "당신이 알고 지내온 지인이 저의 금융정보를 유포하여 저의 개인정보가 금융범죄에 악용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생각되지 않았고 잠시 후 갑자기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바로 그 과정입니다. 안전한 계좌로 통장의 돈을 이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고 바보처럼 그 말을 따라 무언가에 홀린듯이 불과 1~2시간 만에 개인 통장에 있던 350만원을 인출당하고 말았습니다.

 

10여년 전과 달리 요즘에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보다 지능적으로 대담해져서 이런 과정으로는 속아 넘어가는 분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만 그 당시만 해도 위와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 패턴은 워낙 일반적이었습니다. (워낙 일반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인데도 이런 속임수에 넘어간 제가 너무 바보였습니다.)

 

사실, 금융 및 재테크 관련 내용은 평소에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와 함께 의논하여 해결하곤 하지만 이상하게 보이스피싱에 당한 날에는 아내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생각에 혼자 일을 벌여놓게 된 것입니다.

 

개인 통장에서 350만원의 금액이 인출된 후 당연하다는 듯이 경찰서라고 하는 곳과의 통화는 끊겼고 다시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고 즉시 관할 경찰서로 전화하여 보이스피싱 관련 신고와 함께 경찰서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서에서의 황당한 경험

전화 안내에 따라 관할 지역 경찰서 2층으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지난 관계로 그때 찾아간 곳이 '사이버범죄수사팀'인지 '지능팀'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2곳 중의 한 곳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단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담당 경찰관과 함께 조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조서를 작성하다 보니 저의 바보같은 행동을 더욱 확실히 인지하게 되더군요. 조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나서 담당 경찰관에게 "인출된 금액을 찾을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자 경찰관의 답변이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 돈, 못 찾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건 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세요."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고 피해자 앞에서 이야기할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안그래도 황당한 순간인데 담당 경찰관의 태도가 매우 거슬렸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경찰관이 한술 더 떠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조금 전까지 저쪽에 앉아있던 아주머니 기억하시죠? 그 분은 3,000만원이나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보셨어요. 그 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시죠?"

 

마치 "저 분은 피해 금액이 3,000만원이나 되니 너같이 350만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어서 꺼져!"라는 듯이 들리더군요. 사실 이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지 않은 일로 경찰서에 가본 저입니다.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경찰 신세를 지고 뭐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저였습니다만 이때 일로 더욱 경찰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를 안정시키고 앞으로의 수사 과정 등을 설명해주거나 하는 단계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경찰들이 하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경험했던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입니다.

 

생각해보니 이 사건 이후로 사건 진행 과정 등을 경찰서에서 단 한 번도 안내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공무원은 철밥통이라고 이렇게 대충대충 일해도 되는 것일까요? 이렇게 경찰서에서의 황당한 경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아내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멀쩡해보여도 많이 당해

아내의 이야기로는 "은행에서 일하다 보면 당신보다 훨씬 더 멀쩡해보이는 사람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많이 경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바로처럼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제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오랜 시간동안 뉴스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내용이 흘러나올때마다 좋지 않았던 과거 생각이 다시 떠올라 TV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TV를 꺼버리는 등 최대한 기억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만큼 제가 냉혹한 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 등 무지해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조금 더 정신차리고 주변 환경을 가까이 또는 멀리서 바라보거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었으며 더불어 경찰에게 도움받아야 할 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경쓰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하는 생각에 조심조심 지내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또다시 경찰을 원망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정리

이상으로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이었습니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여러가지 갖추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만큼 시민 의식 또한 다양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를 자각하여 예전보다 피해가 줄어들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서핑하다가 우연히 이 글을 읽으신 분께 조금이나마 저와 같은 좋지 않은 경험을 피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보이스피싱 당하고 경찰서 다녀온 썰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